여름에 제격인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은?

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위더힐스(Wither Hills)


신록의 계절이 지나고 어느덧 초여름에 접어들었다. 상큼한 화이트 와인으로 입맛을 돋우고 기분을 전환해보자.

여름에는 뉴질랜드산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와인이 제격이다. 소비뇽 블랑 와인은 프랑스 루아르 지방도 유명하지만 뉴질랜드산(産)은 가성비가 더욱 뛰어나다. 산지와 와이너리별로 다양한 소비뇽 블랑 와인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와인 초심자에게 적합하다.

특히 소비뇽 블랑 와인을 제대로 마시려면 위더힐스(Wither Hills) 와인을 추천한다.

뉴질랜드 남섬 동북쪽에 있는 말보로는 ‘소비뇽 블랑의 메카’로 꼽힌다. 말보로는 서던 밸리, 와이라우 밸리, 아워테레 밸리 3개 지역으로 구분된다. 위더힐스 와이너리는 와이라우 밸리 지역에 위치해 있다. 와이라우 밸리는 고품질의 소비뇽 블랑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다. 이 지역 포도밭은 자갈이 많아 농도 짙은 맛의 과일과 보디감이 강한 와인으로 잘 알려졌다.

위더힐스는 브렌트 마리스가 1994년 설립했다. 마리스는 처음에는 포도밭을 경작하던 아버지로부터 포도를 구입해서 양조했다. 마리스의 헌신적인 노력과 열정으로 서서히 유명세를 타자 부자(父子)는 와이너리 공동 운영에 본격 나섰다. 2001년 1만상자에 불과했던 생산량은 수년 후 20만상자 이상으로 확대됐다. 이에 마리스는 와이너리와 브랜드를 호주의 음료 회사인 라이온네이선(Lion Nathan)에 5200만뉴질랜드달러(약 420억원)에 매각했다.

위더힐스는 세계적으로 꾸준히 호평을 받고 있다. 2008년산 소비뇽 블랑은 샌프란시스코 국제 와인 콩쿠르에서, 2012년산은 텍섬(TEXSOM) 인터내셔널 와인 어워드에서 각각 금상을 수상했다. 2017년산은 와인스펙테이터로부터 91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현재 위더힐스는 말보로와 혹스 베이 지역에 걸쳐 넓은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말보로 지역은 라랑기(Rarangi), 테일러 리버(Taylor River), 벤모르벤(Benmorven), 혹스 베이는 테 아왕가(Te Awanga), 브리지 파 트리앙겔(Bridge Pa Triangle) 포도밭에서 양조용 포도를 재배한다. 이들은 각기 다른 떼루아 특성을 갖고 있어 다양한 와인 양조가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라랑기는 작은 자갈밭과 해풍 영향을 받는 포도밭으로 소비뇽 블랑 와인을 생산한다. 테일러 리버는 양토, 미사, 점토, 강자갈이 혼합된 토양의 포도밭으로, 유기농 소비뇽 블랑과 피노 누아 와인을 생산한다. 벤모르벤은 산기슭에 위치한 100% 점토로 된 포도밭이다. 유기농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와인을 생산한다. 자갈이 많은 포도밭인 테 아왕가에서는 메를로 와인을, 배수가 잘되는 충적 토양에 자갈, 돌이 많은 브리지 파 트리앙겔에서는 시라 와인을 생산한다.

위더힐스는 약 30년의 와인 양조 경험을 통해 다양한 말보로 지역 떼루아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양조 방식을 채택,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시음한 7개 와인 중 소비뇽 블랑 2016년산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밝고 맑은 연초록색이 살짝 비치는 레몬색에 시트러스, 열대 과일, 레몬, 푸른 피망, 잔디 향이 올라온다. 상쾌한 산미가 입안 가득 채워주고, 완벽한 균형감을 보이는 우아한 와인이다. 굴, 구운 도미, 해산물, 치즈, 전채 요리와 잘 어울린다.

[고재윤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고황명예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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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2호 (2021.06.09~2021.06.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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